세계 최장 수명 '수계전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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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수명 '수계전지' 개발
  • 김형달 기자
  • 승인 2020.10.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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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높은 충·방전 성능… 5000 사이클 이상 장수명 전지 개발 성공
고밀도 탄소 결함 계면을 통한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기술 개요도. 사진=KAIST 제공
고밀도 탄소 결함 계면을 통한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기술 개요도. 사진=KAIST 제공

세계에서 가장 긴 수명을 가진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5일 KAIST에 따르면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 연구팀이 아연 전극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전 세계에서 보고된 모든 레독스 흐름 전지 가운데 가장 오래가는 수명을 가지는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한 것이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및 심야 전력을 대용량으로 저장, 필요할 경우 저장된 에너지를 설비에 공급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s, 이하 ESS)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ESS는 값이 저렴한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채택하고 있지만, 리튬이온전지는 태생적으로 발화로 인한 화재 위험성 때문에 대용량 전력 저장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계(물) 전해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Redox flow battery)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양극 및 음극 전해액 내에 활물질을 녹여서 외부 탱크에 저장한 후 펌프를 이용해 전극에 공급하면 전극 표면에서 전해액 내의 활성 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는 저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초저가의 브롬화 아연(ZnBr2)을 활물질로 이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다른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와 비교할 때 높은 구동 전압과 함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1970년대부터 ESS용으로 개발돼왔지만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의 경우 아연 음극이 나타내는 짧은 수명 때문에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연 금속이 충·방전 과정 중에 보이는 덴트라이트(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체) 형성은 전지의 내부 단락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팀은 낮은 표면에너지를 지닌 탄소 전극 계면에서는 아연 핵이 고온 에서 일어나는 원자의 이동 현상인 '표면 확산'을 통해 스스로가 한군데에 엉겨서 뭉치는 자가 응집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양자 역학 기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송 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자가 응집 현상이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특정 탄소결함구조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이 억제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탄소 원자 1개가 제거된 단일 빈 구멍 결함(single vacancy defect)은 아연 핵과 전자를 교환하며, 강하게 결합함으로써 표면 확산이 억제되고 균일한 핵생성 또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김 교수 연구팀은 고밀도의 결함 구조를 지닌 탄소 전극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에 적용해, 리튬이온전지의 30배에 달하는 높은 충·방전 전류밀도(100 mA/cm2)에서 5000 사이클 이상의 수명 특성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9월호에 게재되는 한편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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