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국어 31번 논란 사실상 사과
이의제기만 991건에 달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출제 오류는 없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6일 2019학년도 수능의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한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 최종심의를 거쳐 모두 ‘문제와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지난 15일 수능 정답 공개 직후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에 접수된 이의 신청은 모두 991건이었다. 이 가운데 문제나 정답과 관련 없는 단순 의견개진, 이의제기 취소, 중복 등을 제외하고 실제 심사한 대상은 107개 문항 766건이었다.
평가원은 가장 많은 407건의 이의신청이 몰렸던 사회탐구영역 생활과 윤리 과목의 3번 문항에 대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미국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와 관련된 지문을 제시하고 니부어의 입장을 고르는 문제다.
정답은 ‘⑤ㄱ, ㄷ, ㄹ’이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선지 ㄱ의 ‘애국심은 개인의 이타심을 국가 이기주의로 전환시킨다’는 보기를 문제 삼았다. ‘전환시킨다’는 단정적 표현이라 사상가의 입장으로 정확히 볼 수 없다는 주장에서다.
평가원은 원문을 제시하며 니부어는 ‘애국심은 개인의 비이기성(이타심)을 국가 이기주의로 전환시킨다(patriotism transmutes ndividual unselfishness into national egoism)’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니부어가 ‘전환시킬 수 있다(can transmute)’가 아닌 ‘전환시킨다(transmute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또 만유인력을 주제로 과학과 철학을 융합한 국어영역 31번에 대한 설명도 제시했다. 지문의 내용을 설명하는 선지 중에서 옳지 않은 것을 찾는 문항이었는데, 정답은 선지 ②였다.
이의신청 요지는 △선지 ②가 옳은 진술이므로 정답이 아니다 △선지 ⑤도 틀린 진술이므로 복수정답이 돼야 한다 등 크게 두 가지였다.
그러나 평가원은 선지 ②에서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 ‘지구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라고 했기 때문에 태양의 중심과 지구의 중심은 질점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라고 질점의 질량은 태양이나 지구의 질량이 아닌 m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질점과 상대 천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두 질점의 질량이 같고 각 질점과 상대 천체 사이의 거리가 같아도 상대 천체가 질량이 다르기 때문에 선지 ②는 틀린 진술이라는 뜻이다.
또한 선지 ⑤에서 구슬의 크기, 모양, 밀도 분포 등을 서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옳지 않은 진술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구슬의 중심과 지구 중심 사이의 만유인력은 보기대로 구슬 중심의 높이 h와 지구의 반지름 R의 간격만큼 떨어진 두 질점 사이”라며 “만유인력으로 상정할 수 있다”며 옳은 진술로 판정했다.
다만 평가원은 문항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 문항에 대해 “수능-EBS 연계 정책에 따라 수능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수험생을 고려해 문항의 난이도를 설정했다”면서 “다만 수험생들의 기대와 달랐던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이날 오후 5시 2019학년도 수능 최종정답과 이의신청 답변을 홈페이지(www.kice.re.kr)에 공개했다. 올해 수능 채점결과는 다음달 5일 수험생에게 통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