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사람과 커뮤니티가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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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사람과 커뮤니티가 해답”
  • 김찬혁 기자
  • 승인 2020.01.28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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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ETRI 연구원 인터뷰…백북스·ETRI독서클럽 등 참여
시간정리·기록활용 강연 활발…‘생각의 기원’ 번역도
“AI 뛰어나지만 인간은 협력적 존재…협업의 즐거움 회복해야”
지난 8일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열린 'AI프렌즈'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이정원 연구원 모습. 김찬혁 기자

“저는 주로 좋은 사람들에게서 배워요”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오늘날 커뮤니티와 교류 문화가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대전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서울에서는 독서모임 ‘트레바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 시작된 독서모임 ‘백북스’는 벌써 1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대전 지역 독서모임 ‘백북스’의 운영를 맡고 있으며 ‘ETRI 독서클럽’과 대덕특구 자발적 모임인 ‘AI프렌즈’ 등 대전 지역 커뮤니티의 열정 멤버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에서 트레바리 클럽장을 맡아 ‘내 인생의 조각 모음’이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그가 커뮤니티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커뮤니티 활동은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설 명절을 앞둔 23일 이 연구원을 직접 만나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과 커뮤니티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고프로 촬영을 즐기는 이정원 연구원이 찍은 사진. 

◇ 간결하고 효율적인 기록과 정리로 삶의 조각을 정리하는 비결

먼저 이 연구원이 최근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을 맡은 ‘내 인생의 조각모음’ 클럽 모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연구원이 모임에서 주로 다루는 분야는 ‘기록과 정리’에 대한 것이다. 그가 클럽장을 맡고 있는 모임은 멤버들에게도 클럽장에게도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 연구원은 “경험이라는 건 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잊혀 지는 것이어서, 일기 쓰듯이 시간을 기록하다보면 나중에는 일 년이라는 시간도 간결하게 요약해서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기록과 정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생활이 혼란스러웠다”며 “그때부터 시간관리 책도 보고, 시간과 공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이 목표로 하는 바는 ‘유무형의 경험과 데이터를 어떻게 잘 정리하면 내 인생이 간결하면서도 풍요롭게 되는가’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직장이나 가정에도 해당된다. 그는 “일할 때도 어떻게 정보와 일의 진척을 공유하고 협업할 것인가를 고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도움을 받은 책은 구소련 과학자인 류비셰프의 삶을 다룬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다. 류비셰프는 이 연구원의 롤모델이다. 이 연구원은 류비셰프의 삶을 소개하며 “과학자이면서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라며 “그 관심을 논문이든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대전 지역 커뮤니티 송년회 자리에서 매핑 '코드로 그린 커뮤니티' 발표를 하고 있는 이정원 연구원 모습. 김찬혁 기자

◇ 배움은 동경과 모방…사람을 통해 가장 많이 배워

서울에서 진행되는 트레바리 외에도 이 연구원은 직장이 있는 대전에서 많은 모임을 주최하고 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ETRI 독서클럽’이다. 이 연구원이 10년 넘게 몸담은 ETRI 독서클럽은 ‘톡서클럽’으로 불리기도 한다. 멤버들끼리 돌아가며 발표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다 같이 휴가를 내고 문화유적 답사 여행을 갈 때는 ‘답사클럽’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독서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는 단체다. ETRI 독서클럽은 그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AI프렌즈나 게임이론동호회(GTA)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이 연구원이 가장 많은 땀을 흘린 곳은 ‘백북스’다. 백북스는 저자를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쓸신잡’으로 유명한 김상욱 경희대 교수부터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전치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등 백북스에서 초청한 저자 면면이 만만치 않다. 

2004년 당시 백북스 모임에 처음 참석한 이 연구원은 “어려운 책을 진지하게 읽고 이야기 나누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열정에 탄복했다”며 “이런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매체에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많은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비결로 이 연구원은 ‘사람’과 ‘커뮤니티’를 꼽았다. 그는 앞서 언급한 커뮤니티들을 거론하며 “미술도 유적 답사도 모두 사람에게 배웠다”며 “누군가 많이 알고 잘 설명해주는 게 멋있어 보여서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원 연구원이 번역한 '생각의 기원' 표지.
이정원 연구원이 번역한 '생각의 기원' 표지.

◇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 AI시대 최후의 보루

그런 이 연구원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편집자로부터 ‘생각의 기원’ 번역 제안을 받은 게 2014년이다. ‘생각의 기원’은 생각의 진화적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으로, 생각이나 습관에 관심이 많았던 그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최근 4쇄를 찍은 생각의 기원에 대해 그는 “번역 당시에는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역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생각의 기원’을 주제 도서로 선정한 트레바리 모임에도 역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인간의 생각은 협력적이다”라고 정리했다. 진화적으로 인류와 공통 조상을 가지는 대형 유인원은 생각의 세 가지 요소인 △표상 △추론 △자기관찰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침팬지는 경쟁을 위해 ‘개인 지향성’이라는 단계까지 생각을 발전시켰고, 초기 인류는 ‘공동 지향성’에 기반한 협력적인 생각을 시작했다. 현재의 인류는 소규모 집단의 협력에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질서를 믿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동체의 이익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그는 “오늘날 인간의 협력이 가지는 가치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동료의 마음을 추론하고 살펴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협력은 AI 시대에 인간이 회복해야 할 덕목”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를 알려달라는 말에 이 연구원은 카드게임 ‘마이티’(Mighty)의 대중화를 꼽았다. 그는 마이티를 일컬어 “카드 게임 중 가장 논리적인 추론이 필요한 게임”이라며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이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에는 동료와 함께 틈틈이 인공지능이 마이티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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