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벤처파트너’ 박찬호 “인내심과 넉넉함, 창업자에게 필요”
상태바
[현장] ‘벤처파트너’ 박찬호 “인내심과 넉넉함, 창업자에게 필요”
  • 김찬혁 기자
  • 승인 2019.10.22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일 대전컨벤션센터서 WTA 대전하이테크페어 특별강연
‘아웃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트업의 도전’ 제목으로 발표
“스타트업과 스포츠 마인드 닮아 있어…노하우 전해주고파”
22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세계과학도시연합(WTA) 대전하이테크페어에서 전직 야구선수 박찬호 선수가 특별 강연을 맡았다. 김찬혁 기자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이자 아시아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박찬호 선수가 벤처파트너로 대전을 방문했다. 박 선수는 현재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22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세계과학도시연합(WTA) 대전하이테크페어의 특별강연을 맡은 박 선수는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창업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스타트업 마인드가 스포츠인의 마인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있고 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선수가 스포츠에서 벤처업계라는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스파크랩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스포츠 정신과 삶의 노하우를 나눠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친구 사이인 스파크랩 창업자로부터 ‘한인 교포들에게 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고 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며 “이후 친구가 이런 자리를 한국에서도 만들자고 말하면서 스파크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 같은 하루를 버틸 수 있어야 실력 발휘도 가능해

젊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냐는 청중의 물음에 박 선수는 “되돌아보면 잘 몰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메이저리그에 대해서만 알았지 마이너 리그나 그 외의 리그가 있다는 것도, 보통은 낮은 리그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도전은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순진했다’고 표현한 박 선수지만 스포츠뿐만 아니라 창업에서의 성공조건으로는 ‘인내심’을 단연 꼽았다. 박 선수는 “요즘 정상급 수준의 스포츠 선수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상을 구분 짓는 건 짐작하건데 인내심이라는 힘, 에너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중에 초등학생, 중학생 때 선발돼 빛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단지 조금 빠른 발견일 뿐”이라며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인내심이 없으면 결코 발휘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했던 걸 오늘도 하고 모래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결국엔 성공한다”며 “인내심이야말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선수는 창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 “마음에 꼭 따뜻함과 넉넉함을 다져놓고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찬혁 기자

◇ 넉넉함 기억해야 산 오를 때 즐길 수 있어

선수로서 황금기를 보냈던 LA다저스 시절을 떠올리던 박 선수는 “정상은 너무 외롭고 공허하다”며 “은퇴할 때 들었던 생각이 ‘이제 밤늦게 라면 끓여먹어도 되고, 친구와 술 한 잔해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내일 마운드에 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할 당시를 회고한 박 선수는 “텍사스에서는 원치 않았지만 정상에서 떠밀려 내려왔다”며 “올라간 것도 내려온 것도 저였지만 정상에서 내려오니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받았던 비난을 생각하며 그는 “국민 영웅, 우리 형, 우리 아들로 불리다가 어느 순간 매국노, ‘먹튀(고액 연봉을 받고 계약한 선수가 형편없는 성적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뒤 팀을 떠나는 것을 일컫는 속어)’가 돼 있었다”며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박 선수는 그때의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에 있어 주위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선물을 되돌려주면 자신의 것이 아니듯 비난 또한 받지 않으면 내께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다저스에 있을 때도 저를 욕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듣지 않았던 것이고 텍사스에서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조용히 있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 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책임 커질수록 부담도 커져…따뜻한 기억하길

박 선수는 창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 “마음에 꼭 따뜻함과 넉넉함을 다져놓고 시작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산이 작으면 책임져야 할 게 적지만 산이 높아질수록 책임 져야 할 것도 많아진다”며 “따뜻함이 있으면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또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종종 명상을 한다는 박 선수는 “몸에 에너지가 없으면 생각이 집착이 되지만, 에너지가 있는 상태에서는 관찰을 하게 된다”며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박 선수는 “미디어를 통해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말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라고 불리고 나니까 말이 더 많아졌다”며 멋쩍게 웃으면서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다저스 시절보다 텍사스 시절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는 그는 “선수생활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덕에 더 많은 사람들과 친근하고 동질감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투머치토커가 아닌 ‘투머치굿토커(Too much good talker)’라고 불러 달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