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기술창업] "반도체 엔드유저의 협력업체 선정 1차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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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기술창업] "반도체 엔드유저의 협력업체 선정 1차 목표"
  • 김찬혁 기자
  • 승인 2019.10.17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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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용 대표, 제조·소재·장비기업 두루 거쳐 대전 기술창업 도전
탄소나노튜브 활용해 반도체 제조 장비 생산성 향상 시스템 개발
"퇴직 후 기술 창업자를 위한 전주기적이고 총괄적인 지원 필요"
대전 중장년 기술창업센터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송근용 EnB 대표 모습. 김찬혁 기자

중장년 기술창업이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 경험과 사업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기술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한 고용 효과도 높아 정부는 중장년을 위한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특히 대전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중장년 기술창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대전 중장년기술창업센터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전 지역 내 중장년 예비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 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 입주해 있으면서 지난 1일 중장년 예비창업패키지 대상자로 선정된 송근용 EnB(가칭) 대표를 17일 직접 만나봤다. 

◇ 퇴직 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서 창업 결심

서울대학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송 대표는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1985년 LG 반도체를 시작으로 미국계 기업 램 리서치 코리아, 장비 전문 중소기업 CTL 등을 거쳤고 동진쎄미켐 전자재료 영업 부사장으로 9년간 일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송 대표는 “경기 악화로 인해 퇴직 후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직이 쉽지 않았다”며 “차라리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을 시작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온실 속에서 자라다가 밖으로 나온 화초로 표현한 송 대표는 우연히 듣게 된 빅데이터 교육을 시작으로 한밭대에서 창업 교육을 듣게 됐다. 이후 한밭대 대덕산학융합캠퍼스에 위치한 대전 중장년기술창업 센터로 자리를 옮겨 교육 및 입주 기회를 가지게 됐다. 그는 "센터에서 제공한 창업 교육과 멘토링을 통해 정부지원사업인 중장년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될 수 있었고 초기 사업을 위한 자금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현재 반도체 장비의 배기배관 온도를 조절하는 히팅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의 배관이 막히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관을 온도를 항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일종의 하수구 유지보수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 중 에칭 가스가 사용되는데 이때 반응 부산물 및 미반응가스가 배기 배관을 서서히 막는다”며 “기존에 사용되던 열선 방식의 발열체보다 열전도성, 전기 전도성이 좋은 CNT(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에너지 효율 및 배관의 온도 제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아이템 개발을 위해 송 대표는 청주, 천안, 기흥 등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그는 “사소한 부품 하나까지 직접 결정해야 하니 협력사나 경쟁사에 찾아가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사업체를 확장해 제조 공장 설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송 대표는 삼성이나 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엔드유저의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게 1차적 목표라며, 직접제조가 가능한 시설을 완비해 많은 직원들과 함께 개개인의 꿈을 만드는 회사가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 중장년기술창업센터가 위치한 한밭대학교 대덕산학융합캠퍼스 모습. 김찬혁 기자

◇ 창업 로드맵 등 창업자 수요 반영한 지원 필요

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의 꿈을 꽃피우게 된 송 대표는 “센터로부터 공간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교육, 멘토링 등을 통해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마련하면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준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교육 시간에 맞춰 참석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예비 창업자 신분이 가장 바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송 대표는 앞으로 기대하는 점으로 ‘노하우’를 꼽았다. 그는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잘 모르는 분야의 기술동향에 대한 정보, 기술의 지적 재산권화 등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송 대표는 “예비창업자 입장에서 창업 관련 정보를 얻기가 까다롭다”며 그간의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현재 창업진흥원이 ‘K-스타트업(창업넷)’을 통해 창업 관련 지원사업 공지를 내고는 있지만 모집 신청 시작 직전에야 공지가 올라온다”며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으니 미리 신청 준비를 할 수도 없고 창업센터나 관련기관 담당자들도 모두 공지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창업가들이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년 단위의 창업 지원사업 로드맵이 매년 초기에 공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어 송 대표는 “현재 창업 지원사업의 수는 많지만 여러 프로그램이 혼재돼 있는데다 주먹구구식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며 “각 프로그램별로 지원 가능 조건이 달라 특정 시기나 단계를 놓칠 경우 정작 지원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생계·창업·사업 공모’ 중장년 기술창업 삼중고

송 대표는 특히 중장년 기술창업의 어려운 점으로 ‘생계와 창업 준비의 양립’을 꼽았다. 그는 “퇴직 전 아이템을 미리 구상해서 회사를 나오거나, 기술 이전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는 예비창업자도 있지만 극히 일부”라며 “대부분의 중장년 예비창업자들은 바닥부터 시작해서 아이템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장년 기술창업 사업 규모를 보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지만, 창업자 당사자에게는 사업을 이끌어 가기에도 빠듯한 액수인 게 사실”이라며 “창업자 본인 인건비는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퇴직금으로 1년간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준비하고 또 정부 지원사업 신청도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 창업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한 송 대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청년 창업과 달리 중장년 창업은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업 준비 단계부터 사업 완성, 이후에 사업 유지까지 이를 감안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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