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의 ‘충청권 대망론’, 정말 쪽팔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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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의 ‘충청권 대망론’, 정말 쪽팔리지 않은가
  • 김성서
  • 승인 2017.01.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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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들이 연이어 근거도 없는 ‘충청권 대망론’을 내세우며 유력 대선주자를 향한 구애를 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의를 내세우는 일부 충청권 의원들의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말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찾아간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나라망신을 톡톡히 하고 돌아왔다. 뭐가 나라망신인지도 모르고 본인들의 욕심에만 눈이 멀어 동네 형님격인 반 총장에 읍소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정치세력에 동조한 지역 언론들은 여전히 맞장구를 치는데 있다. 과거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기사로 도배질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지지율이 높은 지역 후보를 위해 ‘충청권 대망론’을 운운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과거 지역주의를 내세운 폐해의 잔존은 안중에도 없이 항상 과거를 답습하는 지역 언론의 치부만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한 번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충청권에선 한이 맺혀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어수선한 정국에서 지역주의를 운운한다는 게 ‘충청스럽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니 말 다했다.

정말 쪽팔리지도 않은가.

지난 10년간 세계 평화와 국제협력, 인권 개선 등을 위해 앞장서온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적 아젠다에 미래지향적인 사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멀리 뉴욕까지 찾아와 읍소하는 고향 의원들에게 혼을 내도 모자랄 판에 고맙단다. 이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고향 후배들을 줄 세우기 시작한 거나 진배없고, 오직 대선이라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최근 박연차 태광 회장으로부터 금품수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확실한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충청권 대망론’의 선두주자는 고사하고 대선후보로서의 첫발도 떼기 전에 고꾸라질게 뻔하다.

반 전 총장의 외교적인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그의 능력과 비전이 도탄에 빠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국내정치에 현실감이 없다’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듯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희정 지사는 한 술 더 뜬다. ‘충청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기치를 앞세우며 대통령 적임자라고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안 지사의 지지기반인 충청권 표심이 과연 얼마나 자신을 향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지지율이 반 전 총장에게는 한참 뒤지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이나 안 지사의 능력과 경험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과 배후세력임을 자처한 지역 언론이 함께 만들어낸 위태로운 형국에 서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지도자라는 타이틀에 맞는 비전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먼저 검증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토록 바라는 ‘충청권 대망론’이 날갯짓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날갯짓도 못한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충청민들이 떠안아야 할 짐이다.

지난해 11월 충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충청권 대망론의 허와 실’ 토론회에 참석한 양선희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 반기문’으로 마무리되는 지역 언론의 보도는 지역 언론 불신과 정치혐오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충청권 대망론자들은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 반기문’이라는 의미를 분명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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