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의 대전이야기] 대전 언론의 무책임과 무능력이 만든 ‘서구의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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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균의 대전이야기] 대전 언론의 무책임과 무능력이 만든 ‘서구의회 파행’
  • 신영균
  • 승인 2015.12.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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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균 씨지엠컨설팅(주) 대표이사 

대전지역 언론은 지금 ‘양비론’의 늪에 빠져있다. 집안에서 두 자식이 다투고 있을 때, 다투게 된 이유나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집 밖으로 쫒아내려고 하는 부모가 있다면 어느 누구도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부모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책임감 없는 부모의 모습이 서구의회 사건을 다루는 대전지역 언론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회에서 어떤 법률안의 찬반을 가지고 다툼이 있거나 몸싸움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언론들은 “정치권이 또 다시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 추태를 국민들은 지겨워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일삼는다. 왜 싸움이 일어났고 싸움이 커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등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툼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해법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고 몸싸움 장면만 수없이 반복해서 보도하면서 둘 다 잘못했다는 식의 양비론만이 신문을 장식한다.

언론은 ‘양비론’의 나쁜 구태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양비론은 원래 대립하는 양측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새로운 제3의 대안으로 해법을 찾을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의 양비론은 대립되는 두 주장을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양쪽 모두가 다 잘못되었다고 싸잡아 비판하는 태도만 보인다.  

무책임한 양비론은 결과적으로 네 가지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첫째, 누구의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기 어렵게 한다. 둘째,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가려야 할 때 찬반의 대립이 필수적인데 이런 구조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셋째, 양측을 동일하게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과실이 더 큰 쪽을 유리하게 만들어 준다. 넷째, 제 3자 입장에서 대립하는 양측을 모두 불신하게 만들고 혐오하게 만든다.

지금 서구의회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보면 무책임한 양비론을 실감할 수 있다. 대전의 서구는 의회에서 일어난 몸싸움으로 인해 연일 시끄럽다. 많은 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시민단체와 구민들까지 나서서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서구의회의 상황을 대부분 ‘서구의회 파행’이라고 말한다. 과연 서구의회는 파행 중일까? 누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파행’이라는 단어를 심어 놓고 있을까? 대의민주주의 정치에서 의회의 대립이 왜 ‘파행’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양비론에 빠진 언론 때문이다.

이번 서구의회 상황을 언급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서구의회 상황을 파행이라며 양측의 대립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기획기사나 분석기사를 통해 대립의 이유와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언론사는 한두 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몇 개의 보도기사가 논란의 근본적인 이유를 사실보도 형식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고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몸싸움을 부각시키면서 파행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언론의 양비론의 시각은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에까지 옮겨지고 있는 듯하다. 서구의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 시민단체가 내 걸은 플랜카드를 보면 대부분의 문구가 양비론의 시각이다. 의회의 견제역할을 자처하는 시민단체마저 서구의회 상황을 파행이라고 말하고 세비가 아깝다고 말하면서 양측을 함께 비난하는 것을 보고 오랜 기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양비론의 문화가 이미 사회 곳곳까지 물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언론보도를 떠나서 서구의회 상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몸싸움이 일어났고 대립과정에서 어떤 절차상의 잘못이 있고 대립하는 양측 중에 어느 쪽이 구민들의 입장을 더 대변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몸싸움이 발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몸싸움만 부각시키면서 대립의 이유와 본질을 시민들이 알기 힘들게 만들고 올바른 해결방법의 모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많이 잘못한 측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언론의 태도 때문이고 결국은 시민들이 의회 자체를 비난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들을 탈정치화 시키고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고 있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언론이 시민들을 우민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의회에서의 대립은 필수불가결한 현상이다. 의회의 잘못된 대립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대의정치를 제대로 알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책임이 언론에게 있다. 하지만 지금 대전지역의 언론은 그런 책임감이 없다, 그리고 그런 언론으로서의 능력도 잃어버린 것 같아 보인다.

대전의 모든 언론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서구의회의 대전지역 언론보도를 보면 정론으로서의 모습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이 살아 있어야 그 사회는 올바른 해법을 찾고 정의를 실현해 갈 수 있다. 오랫동안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우리의 도시 대전을 위해 그리고 대전의 시민들을 위해 다시 대전언론의 펜 끝이 지혜롭고 날카로워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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