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지역언론에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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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지역언론에 더 필요하다
  • 이행철
  • 승인 2015.01.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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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뉴스 임연희 총괄팀장은 13일 '김영란법'이 지역언론에 더 필요하다고, '임연희의 미디어창' 칼럼을 통해 밝혔다. 다음은 칼럼전문이다.

공직자의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막기 위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의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2월 임시국회로 법안처리가 미뤄지면서 과잉입법과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어렵사리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또다시 표류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게 골자다. 그동안 공직자 금품수수는 적발해도 이에 대한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웠는데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금품을 ‘받은 사실’만 입증되면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정말 무서운 법"이다.
 
특히 법 적용대상이 국회의원과 공직자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기관 종사자, 사립학교 교사, 국공립학교 등으로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청렴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직접 적용 대상자가 186만 명,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것도 문제다.
 
김영란법에 언론사 대표와 종사자를 포함한 것도 논란거리다. 언론인이 공직자가 아닌 데다 자칫 취재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문건유출' 같은 것도 해당 기자와 공무원 간 부정청탁으로 봐 검찰의 압수수색 등 법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이런 부분은 추후 논의를 통해 세밀한 보정이 필요할 것 같다.
 
기사 무기로 광고, 사업, 책·티켓 강매 언론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어야
 
하지만 열악한 지역신문의 현실을 볼 때 김영란법은 오히려 기자들이 건전한 취재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주와 조직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고청탁을 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취재한 기사도 광고와 맞바꿔야 하는 기자들로서는 이 법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소신껏 취재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기사를 무기로 광고, 사업, 책·티켓을 강매하는 기자들은 시장에서 자동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언론 사주의 요구로 이권개입이나 민원해결 등을 도맡아하는 기자들 역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 언론사주나 그 일가들이 기자를 앞세워 하는 부정 인허가와 인사개입, 민원청탁이 도를 넘은 현실에서 기자들이 벗어날 수만 있어도 일그러진 지역언론의 감시비판기능은 회복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영란법의 테두리를 기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언론사 대표자와 그 종사자'로 넓힌 것은 잘한 일이다. 기자가 저지르는 부정과 비위보다 사주와 임직원의 드러나지 않는 비리와 부정청탁이 훨씬 많다. 김영란법이 사이비 언론과 비위 기자들을 언론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키고 정화시킬 수만 있다면 법적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언론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시민보다는 기관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쓰면서 광고와 사업비를 챙기는가 하면 기업에서 던져주는 광고비와 촌지 몇 푼으로 대기업 횡포에 맞선 소상공인들의 절규를 묵살한 게 언론이다. 편법을 동원해가며 자치단체장의 해외방문을 공짜로 졸졸 따라다닌 기자들이 제대로 된 감시비판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지역언론을 인식하는, 기자를 보는 시민의 눈높이가 그만그만한 사이비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김영란법에 언론이 왜 포함됐느냐고 따지기에는 낯부끄럽다. 법의 과잉적용으로 언론의 취재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은 경계해야겠지만 공공성이 큰 언론과 기자들이 법 적용대상에 들어가는 것은 마땅하다. 공직자가 아니니 언론인은 빼야한다는 건 언론의 막중한 책임을 간과한 핑계에 불과하다.

기자 우국지사·전문직업인에서 샐러리맨으로 전락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역사적으로 스스로의 직업 정체성을 규정한 세 가지 범주는 지사와 전문직업인, 샐러리맨이다. 일제강점기 기자들은 그야말로 '무관의 제왕'이자 '우국지사'였다. 우리지역 출신 신채호 선생도 황성신문 논설기자로 활동한 언론인이다. 해방이후 부정부패와 맞서 싸운 언론인들도 진실보도와 비판이라는 투철한 직업사명을 가진 전문직업인들이었다.
 
근대화와 산업화로 언론이 기업화됨에 따라 언론인은 샐러리맨으로 전락했다. 언론경영의 우선순위가 진실보도에서 이윤추구로 바뀐 것은 물론 권력과 자본의 통제보다 기자들에 대한 사주의 직접 통제가 강해진 것이다. 특히 지역신문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영적으로 더 어려워져 기자와 광고 직원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한손에는 취재수첩을, 다른 손에는 광고 신탁서를 들고 온전한 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영란법이 무너진 신문시장과 훼손된 지역언론의 기능을 회복시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이 법을 계기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사이비'를 넘나드는 언론과 그 속에서 희생당하는 기자들에게 경종을 울리지 않을까 싶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언론인들도 사명감을 다시 생각해보고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인다면 좋겠다. 기자가 우국지사까지는 못돼도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본연의 감시비판기능은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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