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딜레마 “님비 현상”vs“상생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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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의 딜레마 “님비 현상”vs“상생 방안 필요”
  • 김성서
  • 승인 2019.06.18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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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기술·데이터 경제 확산 위해 데이터센터 필수
주민 오염물질 발생 등 우려 “고용창출 적고 상권 도움 안돼”
핵심인프라 무산…업계 “과학적 근거 없이 혁신역량 제동”
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된 가운데 '데이터 경제의 핵심 인프라 건립이 가로막힌다'는 우려와 '지역과의 상생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내부 모습.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된 가운데 '데이터 경제의 핵심 인프라 건립이 가로막힌다'는 우려와 '지역과의 상생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내부 모습.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던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데이터 경제’의 핵심 인프라 건립이 가로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실질적인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해당 지역과의 상생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삼성 SDS 등 다수의 국내 IT기업들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신기술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거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을 밀집해놓은 시설로 데이터를 저장·관리·처리·유통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그 자체만으로도 ICT 장비·전력장비 산업 등의 수요시장이 되는 주요 기간산업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가 산업 성장의 촉매가 돼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역시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15년 1253억달러에서 연평균 10.7%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2015년 2조8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4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도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2월 998억원을 투입해 첫 삽을 뜬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가 문을 열기도 전에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에 6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229억원 규모의 토지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상암 데이터센터의 서버룸 증설에도 625억원을 썼다. 신세계I&C는 김포에 644억원을 투입한 새 데이터 센터를 열 예정이다. 롯데정보통신도 2020년 완공을 목표로 500억원을 투입, 용인에 제4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들은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그룹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쌓은 노하우로 외부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건립반대 주민대책위가 용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데이터센터 건립반대 주민대책위가 용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역시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은 뒤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지난해 1조9407억원에서 올해 2조3427억원 규모로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부터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의 규제 문턱이 낮아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데이터센터 사업이 무산됐다.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 했던 용인시 공세동 주민들은 특고압(154㎸) 전기선이 초등학교 통학로에 매립되고 비상발전시설이 들어설 경우 전자파, 오염물질 등으로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처리에 투입되는 약품으로 인한 피해도 걱정해왔다.

당장 네이버 내부에서는 손발이 묶이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용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중단한 것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클라우드 시장 대응을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주한 상황에서 지역주민 달래기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주민들이 지역주민들이 데이터센터 신설을 막았다며 ‘님비’현상이 번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네이버가 2013년 처음 지은 강원도 춘천의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 측정 결과 헤어드라이기, 휴대용 안마기보다 낮은 수치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도심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내부에 어린이집을 둔 곳도 있다. 전자파 위험은 어불성설”이라며 “측정결과까지 공개했는데 일방적으로 위험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센터의 업무는 대부분 원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모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적다. 또 근무 인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특히 네이버의 첫 데이터센터가 문을 연 강원도에서는 네이버가 지자체와의 상생을 저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원태경 강원도의회 의원은 지난달 15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네이버가 데이터센터 준공 후 강당, 북카페 등을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회의실로 개방하겠다는 약속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일반인의 접근조차 차단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지역상생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성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네이버는 지금이라도 글로벌 기업 이미지에 맞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지역과 상생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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