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학력위조…‘블록체인 졸업장’으로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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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학력위조…‘블록체인 졸업장’으로 방지한다
  • 김찬혁
  • 승인 2019.06.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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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증명서·전문직 자격증명 등 블록체인 기술 통해 간편 인증
사회 비용 줄고 상호간 신뢰 얻어…“블록체인 증명 확대될 것”
영화 ‘기생충’ 스틸 컷. 뉴스1
영화 ‘기생충’ 스틸 컷.

최근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에는 주인공들의 학력위조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아버지 기택은 딸 기정의 깔끔한 문서위조 능력을 보고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는 없나”고 칭찬하고, 아들 기우는 위조한 명문대 재학증명서로 부잣집 과외 선생님 면접을 통과한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위조는 영화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지난 2007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학력을 증명하고 검증하기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이러한 가운데 새롭게 부상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학력위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블록체인의 원리를 이용해 학위관리, 부동산, 유통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 기능을 구현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부테린는 지난해부터 비금융 블록체인 중 ‘대학학위증명시스템’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학위 정보가 수정·삭제됐을 때 이 조작의 흔적도 기록돼 학위조작이 원천차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졸업생 111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졸업장을 발급한 바 있다.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의 학위문서 인증플랫폼 ‘블록서츠’는 학위 수여자가 블록서츠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모교의 공식인증만 한 번 받으면 향후 별도의 재인증 없이 디지털 학위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블록체인 졸업장을 발급받을 경우, 지원자는 채용과정에서 종이 증명서 대신 앱을 통해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디지털 학위인증서를 기업에 제출할 수 있다. 기업은 이 인증서를 추가 비용 없이 조회할 수 있다. 사본 생성이나 수정은 모두 기록에 남기 때문에 조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 학위관리시스템은 기존의 복잡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학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행정·교육·금융 등 자격 증명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사회적 비용을 해결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조지아에 위치한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이머코인’는 블록체인을 통해 대학 졸업장과 기타 수료증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머코인은 이를 통해 학력 위조 방지뿐만 아니라 학교가 문을 닫는 등 졸업증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졸업증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 법조인 같은 전문직종에서 이를 온라인 자격 증명서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머코인은 시스템 개발을 마치는 대로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증명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 아이콘루프는 지난 5월 블록체인 증명서 발급 서비스 ‘브루프’를 출시했다.

브루프는 발급 기관의 명단과 발급 신청자 입력 정보가 일치하면 증명서가 발급되는 구조다. 발급 기관이 발급 기간 및 명단, 인터넷주소(URL)를 설정하면, 발급 신청자는 별도 가입 절차 없이 해당 URL에 접속한 후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해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분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모하면서 서류 증명 없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신원을 확인하는 니즈가 커졌다:면서 ”블록체인 기반 증명 기술은 이용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저장, 증명서 발급부터 신청·수령에 이르기까지 거쳐야했던 중간단계를 없앨 수 있어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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